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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5 군대 가기 전에 "죽도록" 놀아라? (54)
TV/방송2008.02.25 20:12
제가 대학에 새내기로 들어가서 처음에는, 예비역 선배님들과의 술자리가 좋았습니다. 항상 재밌는 얘기도 해주시고, 아직 가지 않은 군대에 대한 호기심으로.. 군대에 대한 뻥 아닌 뻥을 듣고 있으면 슬프면서도 즐거웠거든요.

하지만 똑같은 얘기를 계속 듣다보니.. 선배님에 대한 예의와는 별개로.. 질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예의"상 듣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2002년 한일 월드컵때 너 뭐하고 있었니?"라는 질문으로 저와 예비역선배와의 나이차를 강조하면서 자기 자신들이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자학하는 것이었는데, 단지 술자리의 분위기를 재밌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만날때마다 항상 그러셔서 젊으신 분들이 나이를 가지고 자학을 하시니 보고 배울만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더군요.

저 얘기는 많이 들은 얘기 2위고, 가장 많이 들은 말 1위는 "군대갔다 와서는 못노니까 가기전에 죽도록 놀고 군대 가라" 는 얘기였습니다. 안그래도 놀고 싶은게 당연한데, 이런 선배님의 조언으로 합리화 시키면서 공부는 뒷전으로 밀려나버렸죠.

헌데 저얘기를 듣고 나서 떠오르던게 있습니다. 어렸을적 학습지를 했는데 항상 엄마가 "공부 다했니?" 라고 물어보시면 학습지만 끝내놓고 "네, 다했어요"라고 늘 대답했었죠. 그러면 엄마의 대답은 늘상 똑같았습니다. "공부가 끝이 어딨니?"라는 얘기였습니다.

항상 공부를 해야한다는 엄마의 말씀과 군대가기 전에 죽도록 놀라는 선배님의 말, 사실은 둘다 맞는 얘깁니다. 공부에 끝이 없으니 항상 공부를 해야한다는건 일종의 진리 이고, 군대가기 전에 놀라는것 또한 우리나라 사회의 특성상 맞는 얘기니까요.

선배들의 조언(?)에 "군대가기 전에만 놀아야 하나요? 군대 갔다와서는 못노나요?" 라고 질문해 본적은 없습니다. 당연히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났다면 2년간 병역의 의무를 지게됩니다. 뭐 가기는 싫지만, 불합리 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수십년간 별 문제 없이 내려온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가질 정도로 반동분자는 아니니까요. 잠깐 얘기가 샜는데, 군대에 갔다와서는 노는데 제약이 따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들의 경험으로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시는 것이죠.

미필자에 비해서 군필자에 대해 우리나라 사회의 시각이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죠. 군대에 다녀온 사람은 철이 들었어야 하고, 성숙해야하며, 어른이 되어있어야 되고, 무게가 있어야 하며, 넋놓고 놀면 욕먹는게 당연하고, 일을 하는데도 요령있게 잘해야 하는 등등 사회가 바라는 기대조건이 많죠. 무언의 압박 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이것뿐이 아니죠. 취업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놀아도 노는게 아니겠죠.

주위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군대 다녀오기 전처럼 "미친척"하고 신나게 놀기란 거의 불가능 하기에, 선배들의 말뜻은 제대로 놀 수 있을때 즐기라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네요. 취업하고 나서 놀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때도 걱정이 없을리 만무하기에, 군대가기전 걱정없고 철없을때 놀라는 선배의 말을 인생의 이정표로 삼으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저 입니다.(ㅋㅋㅋ)

인생의 황금기를 미래에 대한 투자(=공부 혹은 어떤 경험?) 없이 놀면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할 수가 없죠. 하지만, 공부 해봤자 2년간 군대 생활로 머리가 리셋 될텐데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놀고있는 절 보면 답이 안나옵니다.

군대라도 다녀오면, 자유에 대한 타는 목마름 으로 뭔가를 해도 열심히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도 해본적이 있지만, 주위에 예비역 형들이 백수로 지내는걸 보면서 환상이 깨지네요.
Posted by 에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