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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4 이럴때 "정말 내가 컸구나" 싶다 (45)
TV/방송2008.02.14 21:12
인생 다 산것처럼 이런 주제로 글을 쓰냐 하실분도 계시겠지만... 어린시절의 추억 아닌 추억을 생각하면서 쓰겠습니다.

항상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서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던게 어느날 어떤 계기로 인해서 생각들이 깨어나게 되는데 제가 오늘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냉장고 냉동실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꺼내면서 어릴때 생각이 심하게 나더군요. 어려서 키가 작을때 냉동실에 분명히 아이스크림이 있다는걸 알고있는데, 정말로 먹고 싶어 죽겠는데, 키가 닿지 않아서 먹지 못하고 주방을 배회하다가 의자놓고 꺼내먹던 키작은 날의 추억(?)이 냉장고만한 키가 된 지금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냉동실 문열고 아이스크림 꺼내먹는데 와.. 정말 내가 크긴 컸구나 싶더라구요.

"정말 내가 컸구나" 싶을때 경험한대로, 생각나는데로 뱉어봅니다.

맞을 짓을 했는데 부모님께 맞지 않을때 :
맞는 얘기를 써서 이놈 자랄때 학대받고 자랐나 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런건 아니구요. 사랑의 매를 얘기하는겁니다. 아마 전 초등학교 4학년때 맞은 이후로는 한번도 맞아본적이 없는거 같네요. 그 전에는 싸우기만 해도 혼나고, 맞았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으로 매를 맞았던 이유가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힙니다. 아마 친구 생일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초등학교 4학년 11살의 나이로 집에 아무 연락 없이 새벽 3시에 들어갔습니다. 그 늦은 시간까지 부모님은 잠들지 않고 계셨고 정말 혼구멍이 났습니다. 핑계 대기를 그냥 걷고싶어서 걷다가 늦었다고 이런식으로 대답했던거 같습니다. 머리 큰 이후로는 맞지 않았습니다.

요새는 뭐.. 새벽 3시에 들어오면 일찍 들어오는거죠. 차라리 할증풀리고 5시에 들어가는게 부모님께 도움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nob입니다.

늦게 자는 저를 보면서 : 새나라의 어린이는 9시면 잠이 들었었죠. 근데 요새는 미친척하고 새벽이나 되야 잠이 드니.. 어렸을때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네요. 9시뉴스도 못보고 잠을 잤으니 그 유명하다던 엄기영을 몰랐던 것도 이제서야 이해가 되네요. 게다가 부모님의 반응또한 제가 컸다고 느끼게 합니다.

20kg 짜리 쌀을 번쩍 번쩍 들때 : 어렸을때 엄마가 시장을 보고 오시면 항상 맛있는걸 사오시거나, 정말 맛있는 요리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시장 다녀 오시면 엄마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었습니다. 시장다녀오시는 엄마의 노고들 덜어드리기 위해 혹은 맛있는걸 먹는 값이라도 하기 위해서 쌀을 사오시면 쌀을 주방으로 날랐는데 그때는 쌀포대가 제 등치만해서 정말 힘겹게 옮겼던거 같든데, 뭐 지금은 20kg 쌀포대 하나 옮기는건 일도 아니니까.

형광등을 직접 바꿀때 : 항상 아빠가 형광등 갈고 있으면 의자나 잡고 있던 저였는데, 이제는 제가 사와서 제가 갈아버리니까 뭐 할말 다했죠.

이가 시릴때 : 이거 정말 민감한 사항인데요. 아마 저보다 나이 많이 드신 대다수 분들은 저보고 쌍욕을 하실지 모르겠으나(ㅋㅋㅋ) "20살 넘어서 이 한번 시리지 않은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라고 변명하고 싶습니다. 위에 냉장고에서 꺼내먹은 아이스크림도 정말 오랫만에 먹은겁니다. 이시려서 찬물도 잘 먹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어렸을때는 얼음도 세개씩 씹어먹고 그랬는데. (주제가 정말 내가 늙었다 싶을때 로 변질된 느낌. 하지만 어릴때랑 다른거니까 적었습니다)

저보다 작아지신 아버지를 내려다볼때 : 내려다볼때라고 하니까 천하의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되버렸는데, 그냥 단어 그대로 뜻없이 내려다본다는 소리로 봐주십쇼. 존경해마지않습니다 저희 아버지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요.

아마 중학교 3학년때쯤 아버지와 같은키가 됬고 해마다 부쩍부쩍 자라서 지금은 아버지와 키차이가 납니다. 아래로 내려다 보는 정도는 아니구요. 항상 크게만 느껴졌던 아버지보다 커져버리니까 싫은 느낌이 드는걸 왜일까요. 항상 아버지 그늘아래 있던 저였는데 이제 벗어나려고 하니까 그러는 걸까요.

술을 마실때 : 상상조차 못하던 술을 마시다니, 어렸을때 먹은 술이라곤 집안어른들이 장난스레 웃으면서 한번 마셔볼래? 주셔서 혀끝만 대봤던게 다죠. 아니면 물인줄 알고 착각해서 먹거나요(-_-훗 우연을 가장한  전형적인 방법이죠). "켁켁, 물인줄 알았어요!!"  말도 못하게 써서 이걸 왜먹나 싶었는데, 이제는 돈내고 사먹다니 이거참.

욕을 할때 : 사실 내가 컸구나 라고 생각하는것 보다는 내가 변했구나 라고 생각하는게 옳은것 같습니다. 어렸을때 욕이라곤 바보,멍청이 밖에 몰랐던거 같은데.

날 부를때 *** 씨라고 부를때 : 아저씨, 혹은 ***씨 이런식으로 불리는 절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이런 호칭이 너무도 싫습니다. 차라리 이름만 부르지 ***씨는 뭡니까 어색해 죽겠구만. 전에는 학생, 꼬마야 이런식으로 불렸는데 말이죠. 생각해보면 또 그때는 꼬마라 불렸던게 싫었던거 같습니다.

어른들이 절 존중해 줄때 : 보통 어렸을때는 어른들과의 대화라고는 어른들의 "공부잘하니"라는 대답에 뻥튀기 하는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하는 절 보면서 어색하게 느낍니다. 지식이 늘어난것 같진 않는데 말이죠. 게다가 이제 제 의견도 참작해 주시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어릴때 같았으면 어른들 얘기할때는 끼지말라고 하셨겠죠. 아니 제 스스로 끼지도 않았겠죠.

고민이 많아진 요즘 : 어렸을때 고민이라고는 어떻게 하면 옆집 철수와 10분이라도 더 놀고 늦게들어왔을때 어떤 변명을 해야 덜 혼날까 이정도가 다였는데 요새는 생각이 많아졌네요.

라고 꼬꼬마가 떠듭니다. 저도 뭐 아직 한참 어리죠. 아이스크림 한번 꺼낸 이야기 가지고 이정도 뻥튀기하는 저의 세치혀놀림에 경의를 표합니다.

근데 사실 위의 몇가지 말고도 훨씬 많습니다. 여러분을 어떨때 "아 정말 내가 컸구나" 싶으세요..?
Posted by 에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