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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7 어머니의 사랑 - 나의 육아일기 (24)
TV/방송2008.02.27 20:30
처음 내 육아일기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건 초등학교 4학년때였던거 같다. 정확하게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집 대청소를 하다가 옷장 깊은 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던 나의 육아일기를 찾았었다. 호기심에 꺼내서 읽어보려 했으나 엄마가 못보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전에는 내 육아일기 존재조차 몰랐었다. 어차피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었으니까.

아직 그 소중한 기록들을 보여주기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정도로 어리다고 생각하셨을까, 아니면 당신이 쓴 일기에 대한 부끄러움이셨을까. 그당시에 육아일기를 보여주지 않으신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기에 아직도 알수가 없다.

이토록 베일에 쌓여 있던 나의 육아일기를 제대로 읽어보게 된건 얼마되지 않았다. 중고교 때에도 몰래 읽어볼 기회는 있었으나, 아예 육아일기에 대해서 잊고 지냈다. 읽어보라고 등을 떠밀었어도 너무 방대한 양이라서 보기 싫다고 했을것이다. 관심조차 없었기에. 물론 전체를 다 읽어본 후에는 180도 생각이 달라졌지만.

나의 육아일기, 그냥 내 성장의 기록쯤으로 여기면서 표지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엄마가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있는 다소 촌스러운 사진이 보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일반 책 읽는 느낌과 다를바 없었으나 한페이지씩 넘어갈때마다, 가슴 속에 솟아오르는 기묘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감사함과 신기함 그리고 어떤 슬픈감정들?.. 이정도로밖에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 문장력이 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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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두꺼운 책집이 있고 안에있는 책을 꺼낼수 있게 되어있다. 오래전 책이니 사진이 촌스러울수밖에. 엄마의 친구분에게 선물 받았다고 되어있다.

일기는 나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었는데, 어렸을적 내 물건에 이름을 써주시던것 만큼은 잘 써진 글씨는 아니었지만 엄마의 사랑을 전하기에는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글씨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기록들이고 내 평생이 보물이기에.

일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엄마가 내가 뒤척이기만 해도 깨버리시는 이야기부터, 내가 복숭아를 잘못 먹어서 죽을뻔한 사연, 병원 이야기(내가 애기였을때 많이 아파서 엄마 고생 많이 시켰다는 얘기를 친척들에게 들은적이 있는데, 병원에 간 이야기가 육아일기의 반을 차지할정도로 많았다), 옆집 아기와 아들 자랑한 이야기, 바이바이 라는 말을 배우게 된 과정... 등등등

이 많은 기록중에서도 내 머리속에 강하게 박혀버린 이야기는 내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 에피소드였다. 결국엔 나를 울려버렸다는.

육아일기를 보면 태어난지 얼마 안됬을때 정말 많이 아팠다고 되어있다. 예방접종을 제외하고도 하루걸러 병원에 가는게 일과였단다. 어느날 새벽(언제인지는 정확히 써있지 않다, 정황상 새벽인거 같다.)에 열이 너무심해서 병원게 갔는데, 여기서 더 심해지면 뇌성마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얘기를 듣고 날 입원 시키고 옆에서 간호하시면서 일기를 쓰신거 같은데(일기쓴 시점은 정확히 모르겠다). 나에 대한 걱정과 당신이 약하게 낳아서 미안하다고, 자신의 탓이라는 얘기를 쓰시고서는 어찌나 우셨는지 잉크가 번져버려 글씨를 읽기조차 어렵더라. 이걸 보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리던지, 눈가가 금방 젖어버렸다. 내 걱정으로 이렇게 밤 지새우고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엄마 말고 또 어딨을까.

남들에게는 단순히 일기로 보여지겠지만, 나에게는 ...... 말로 표현할수가 없다.

큰  사랑에 감사하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감사하게 생각하면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데...늘 감사하게 느껴야된다는걸 알면서도 이런 계기가 없으면 깨닫지도 못하는 이런 멍청이가 어딨을까. 지금 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일주일만 지나도 까맣게 잊어버릴걸 알기에. 이 엄청난 사랑,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분명히 모자라기에.. 감사하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할수 없다기 보다는 표현이 되질 않는다.

그냥... 그냥... 다음에도 우리 엄마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추가로 내가 아기일때의 사진이다. 육아일기의 첫번째 글에 붙었있던걸 디카로 찍어봤다. 사진에 관심에 많으셨던 아빠가 찍었다고 한다(지금도 그때 쓰시던 니콘 필름 카메라가 집에있다). 나와 닮은것 같지도 않다. 그냥 신기하다. 저렇게 작은 아이였는데 이렇게 커버렸다니. 부모님이 보시기엔 다 컸어도 아직도 애기같아 보일게 분명하다. 이런 과정들을 다 기억하고 계실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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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신기하다
Posted by 에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