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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4 아저씨, 죄송합니다 (17)
TV/방송2008.02.14 19:21
약속이 있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날씨가 어찌나 추운지 아스팔트가 얼었더군요. 추위에 벌벌떨면서 어깨를 움츠리고 버스를 탔습니다. 뒷문(내리는문) 바로 앞에 자리가 있길래 냉큼 앉아서 버스의 따뜻함의 만끽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왠 목소리가 들립니다. "야,야" 라고 부릅니다. 뭐야 아는 사람 인가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처음보는 40대 아저씨가 야야 라고 부른거 였습니다. 버스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을 부른줄로 알았던건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에서 였는지 다들 야야 라고 외친 아저씨에게 시선이 집중됬습니다. 아저씨는 쳐다보던지 말던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시더니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야,야,야" 이러시는 거였습니다. 버스에 있는 사람이 다 들을만한 그정도 크기의 소리였습니다. 버스안에 몇몇이 키득댔습니다.

저는 좀 이상한 아저씨 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러다 말겠지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또 들립니다. "야,야,야,야" 더 심해지셨습니다. 희한하다 생각하던 그때,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아마도 그 아저씨는 틱 장애를 앓고 계셧나봅니다. 버스안의 사람들은 키득대는 수준을 넘어서 그 아저씨를 조롱하듯이 웃고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계속 그 아저씨를 웃으면서 쳐다보자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척 창밖을 보고 있었지만 얼굴은 창피해서 홍당무 처럼 빨개지셨고 "야야" 거리는 건 더욱더 심해져서 랩 하는것 처럼 보일정도로 심해졌는데 그걸 억지로 참아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서 사람들에게 웃지말라고 화내고 싶었습니다. 그러지 못하는 제가 한심하기 까지 했습니다.

전에 틱장애에 대해서 들은게 생각났습니다. 말그대로 장애입니다. 아저씨는 장애인이신거죠. 불안하거나 긴장하면 증상이 더욱더 심해지고 게다가 자기가 아무리 기를 쓰고 참으려고 해도 못참는다고 합니다. 이런 예전에 들었던 것까지 생각나자 아저씨가 너무나도 불쌍해보였습니다.

아저씨는 버스에서 자신을 비웃는 사람들에게 탈출이라도 하려는 듯이 허겁지겁 벨을 누르시더니 내리려고 제 쪽에 서 계셨습니다. 제가 내리는 문 쪽에 앉아있었거든요. 정거장이 좀 남아서 버스는 바로 서지 않았습니다.

아 저씨를 힐끔 쳐다봤는데 얼굴이 어찌나 빨갛던지 쳐다볼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뒤에 앉아 계실때는 몰랐는데 서서 제 앞에 계시니 확실하게 보이고 확실하게 들렸습니다. 제가 "야야"라고 들었던 소리는 야야가 아니라 "에에" 에 가까운 희한한 소리였고 소리를 내면서 오른 손을 계속 움직이셨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웃는 버스사람들에게 화가나서 소리치고 싶었지만 제 앞에서까지 "에에" 소리를 내시면서 오른손을 흔들자 턴테이블에서 추임새를 넣고 있는 DJ와 아저씨가 겹쳐지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정말 본의 아니게 웃어버렸습니다.

아저씨가 제 바로 앞에 계셔서 제 웃음소리를 들으셨는지 절 쳐다보셨는데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 버렸습니다. 시뻘개진 얼굴 그리고 눈에는 눈물까지 고인것 같았습니다. 너무나도 죄송하고 어찌할바를 모르겠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그 순간 뒷문이 열리고 아저씨는 뛰쳐나가버리셨습니다. 그 아저씨가 나가고도 버스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서로 아저씨 얘길하며 키득거리더군요.

생 각을 해봤습니다. 혹시 이때까지  틱 증후군이 너무 심해서 집밖을 못나가시다가 용기내서 정말 오랫만에 밖에 나왔는데 이런일을 겪으신거면 정말 크나큰 상처를 입으셨을 거란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아저씨에게는 미안한 마음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 저씨 정말 죄송합니다. 뭐라고 드릴말씀이 없습니다. 전 아저씨를 조롱의 대상으로 생각한게 결코 아니었습니다. 본의가 아니었던 맞던간에 웃어버리건 제가 분명히 잘못했습니다. 변명으로 들리시겠지만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결과를 놓고 본다면 버스에 있던 사람이나, 저나 똑같은 놈입니다. 상처 입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는 정말로 힘들죠. 장애인을 따갑게 보는 시선들, 이 시선들 받느라 몸 불편하다는걸 생각할 겨를도 없죠. 게다가 장애인이 자신들 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썩어빠진 개념. 우리사회에서의 장애인을 대하는 기가차는 행동들을 버스사건으로 본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한국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사상의 축소판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잠깐 다른 말을 했는데, 행여 만에 하나라도, 정말 혹시라도 그 아저씨가 이 글을 보신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밖에 말씀 드리질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Posted by 에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