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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2008.04.09 23:29
오늘은 총선일이었죠. 투표 얼마전부터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서 원더걸스를 홍보대사로 까지 쓰고, 투표하면 공공시설물 20% 할인 혜택까지 준다고 투표좀 꼭하라고 방송에서 난리던데 결국 투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하게 표현하자면 투표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바빠서 못한게 아니라 그냥 귀찮아서 안했습니다. 총선일 쉬는날이라 늦잠을 자고 나가서 친구랑 밥을 먹고 5시쯤 집에 들어오는데, 집에 다와서 투표가 생각났습니다. 투표하려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되기 때문에 귀찮아서 그냥 집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사실 투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창한 핑계들이 많죠. 정치에 관심이 없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얘기, 도저히 뽑을 놈이 없다 등등..

근데 이런 핑계처럼 어린나이때문이어서인지 전 별로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진짜 이유는 왔던 길을 되돌기 싫어서). 하지만 총선 몇일 전에는 뽑을 당까지 생각해놓고 있었고 아버지는 어떤 당을 지지하시느냐며 정치적인 얘기까지 나눴었습니다. 이런 투표에 대한 관심과 생각을 하면서 최소한 투표에 관심조차 없는 제 또래 친구들과 나는 다르고, 제 친구들보다는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놈이었습니다. 머리 속에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저였네요. 그깟 10분거리 다시 되돌아 가는것 뭐 힘들다고 투표를 하지 않았네요.

사실 투표를 별일 아닌걸로 생각해서 안한것이고, 투표를 안한 제 행동에 대해 부끄럽다거나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투표를 하던 말던 제 마음이라는 생각이어서였죠.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한시간 전쯤에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뉴스들을 보는데 "헌정 사상 최저 투표율" 이라는 표현으로 극악의 투표율이 나왔다는 기사들을 봤습니다. 극악 투표율까지는 몰라도 낮은 투표율이 나올거라는건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회가 거듭할 수록 투표율이 낮아지나 봅니다. 투표율 기사를 닫고 다른 뉴스들을 보는데 온갖 총선 얘기들입니다. 진보는 망하고 보수가 득세했다 는 얘기, 신나하는 표정들을 담은 사진들.. 투표를 하지 않고 이런 기사들을 접하니 저와는 완전하게 관계없는 것처럼 간건너 불구경 하는 느낌이 듭니다.

안그래도 관심없는 정치에서 더욱 멀어지는 느낌이 드네요. 고등학교때 정치시간에 배운 관객민주주의 라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피부로 와닿더군요.

별 감흥도 없고 그냥 "그런가보다.." 라는 생각이 드는 무관심이 무섭기 까지 합니다.

이런 소외감을 느끼다보니까.. 투표를 하던 말던 내 마음이라던 생각에서 지금은 투표할걸 이라는 후회로 바뀌었네요. 생각이 돌아선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제 하나의 표 때문에 뭐가 바뀌진 않습니다. 세상을 바꿀수는 없죠. 단지 투표를 했으면 내가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도대체 관심이 가지 않는 선거 기사 하나 더 읽어봤을텐데 이런 작은 생각들을 잠깐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대해서 확신 할 수는 없네요. 다음 선거때는 투표를 꼭 할 거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만 이런식으로 또 투표를 하지 않고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투표치 않았다"고 스스로 위안해 버리고 점점 투표에 대해 무뎌지다가 나중에는 투표일을 노는 날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날이 올까봐, 정치에 대한 생각을 놔버릴까봐 조금 겁이 납니다.
Posted by 에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