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자조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4.26 한우의 맛, 표현 할 수 있나요? (28)
리뷰/사용기2008.04.26 16:51
얼마전에 올블로그에서 한우 번개를 한다기에, 오프라인 모음을 한번도 참석 안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덜컥 신청을 해버렸습니다. 신청을 하면서 한우를 공짜로 먹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온라인상의 블로거들을 한번이라도 뵙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습니다.

어제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올블로그 글들을 읽고 있었는데,  번개 신청한게 운좋게 선착순 30명 안에 들어서 참여 블로거 목록에 저도 있는걸 보고는 냉큼 지하철 노선을 알아봤죠. 낙성대 1번 출구에서 7시까지 모이는 거였는데 제가 사는 곳에서 전철을 1시간 40분을 타야 도착하는 거리에 있는 아주 먼곳이었습니다. 환승도 2번이나 해야 했습니다.

제 시간에 제대로 도착한것 부터 기적이라고 하고 싶네요. 서울을 전철 타고 가본건 두번째인것 같네요. 너무 불편했습니다. 계속 서있어야 했거든요. 퇴근시간, 그리고 대학생들이 무지 많았습니다.

하여간 제시간에 도착해서 낙성대 1번출구에 뻘쭘하게 서있는데 올블로그의 해피님께서 A4용지에 <<올블 번개 반갑습니다>> 였나? 하여간 뭔가를 인쇄해 오셔서 사람들을 모으시더군요. 모여서 시장통에 있는 미도정육정이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사실 너무 오랫만에 와보는 시장이라서 보고 좀 놀랐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시장안에 있는 음식점들이 맛들이 죽여주죠.

식당안에는 이미 많은 블로거들이 모여 계셨습니다. 모두 닉네임을 달고 있으셨는데 애석하게도 아는 분이 없었고, 절 알아보시는 분도 없었습니다. 저는 맨 끝에 앉게 됬는데 제 테이블에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게 얼마나 행운인지 처음 뵜을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맥주 한잔씩을 들이키고 고기가 나오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여기서 이번 올블 번개를 후원해주셨음. 한우를 잡을때마다 축산농가와 정부로부터 받은 돈을 모아서 한우를 홍보하는 일을 하심) 임봉재 팀장님께서 구워주시기 시작했는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먹는 다고 한우를 많이 드셔보셔서(어제도 먹고 오셨다고 했음) 그런지 상당히 잘 구워주셨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블링 자체가 환상이죠. 최상급 한우라고 합니다. 꽃등심이래요. "고기는 두꺼워야 한다"는 제가 아는 형의 철학이 생각나더군요. 상당히 두꺼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구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한것 아닌데. 왠지 제가 구웠다가는 좋은 고기 망칠것 같다는 생각에 두려워서 손도 대질 않고 구워진 것만 잽싸게 젓가락질 해서 먹었습니다. 평상시에 젓가락질 왜 이렇게 못하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뭔가를 집을때 서툴지만 한우를 먹을때는 저도 모르는 굉장한 집중력이 생기더라구요.

사실 한우를 마지막으로 먹은게 기억이 안날 정도로 한우를 접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기껏해야 수입 소고기 스테이크나 먹어봤지만 어제의 한우 번개로 격이 다르다 는걸 제대로 느꼈네요.

보통 한우의 맛에 대한 최고의 평가로 "말이 필요없다" "솜사탕처럼 입에서 녹는다" "끝난다" 여러가지가 많은데 저는 좀 더 자세히 오버해서 맛을 표현하자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우를 입안에 넣는 순간 고체인 고기가 기체로 변하는 기화현상을 느끼면서, 혀안에서 고기가 쫙 퍼지면서 피자위에 치즈처럼 녹아서 혀 전체를 감아버리는 느낌을 받았고, 눈을 감는 순간 처음봤지만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시골 우시장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한우가 구워지는 소리는 불후의 명곡들 보다 달콤해서 다른 것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한우 냄새는 그 어떤 비싼 향수 보다 향기롭게 느껴져서 제 후각은 마비됬습니다. 한우를 입에 넣을때의 젓가락의 가벼운 떨림은 차라리 전율이었습니다. 한우 그래봤자 똑같이 고기지 뭐가 다른가 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에 대해서 죄책감이 들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맜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의 특징을 기억하죠. 예를 들어 아주 맛있는 회를 먹으면 입에 넣었던 촉감, 향기 특징적인 것만 기억할 수 있죠. 하지만 어제 먹었던 한우는 맛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맛 하나 하나 특징뿐 아니라 모든 맛들이 뇌 속에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박혀버린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맛있게 느꼈던 이유중 하나가 "공짜"로 먹을 수 있어서 아닌가 싶네요. 한 덩이에 3만원이 넘는 고기를 제 돈 주고 먹었다면 돈 생각에 마음이 편치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밥 한톨 먹지 않고 최상급 한우로만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위가 호강했어요. 하여간 여러모로 모든 조건이 충족되서 최상의 한우맛을 본것 같네요.

문장력의 허접함으로 이정도 밖에 표현 하지 못하는게 한이네요. 맛을 보여줄수 있는, 하다못해 냄새라도 맡게해줄수 있는 컴퓨터 보조장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네요.

이리도 맛좋은 한우가 미국산 쇠고기와 가격경쟁에서 밀릴 생각을 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네요. 축산농가의 피해가 눈에 보여요. 게다가 요새 미국발 광우병 파동으로 나라가 장난이 아니죠. 저는 아는 부분이 적어서 자세히 적지는 못하겠지만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의 신토불이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임에서 안타까웠던 점은 많은 블로거분들과 대화를 못한겁니다. 장난기많고 말 많은 저지만 제대로 까불지도 못했네요. 박군님과의 대화 유익했습니다. 강자이너님의 역시 생각대로 굉장히 잘생기셨습니다. A2님도 사진보다 훨씬 미남이셨구요. 연예인 급이셨습니다.

*디카를 들고가지 않아 사진을 찍지 못해 사진은 A2님의 블로그(http://ani2life.egloos.com/)에서 퍼왔습니다.
Posted by 에스 비